몇년 전 허준의 생애를 그린 "구암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스승 유의태의 아들인 도지와 허준이 한양에 시험 보러 가는 내용이 나온다.
둘이 진천을 지날 때 돌림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만나게 되고, 병을 고쳐 달라고 매달리는 이들을 뿌리치지 못한 허준은 남게 되고, 도지는 그래도 서울로 향한다.
결국 시험장에 늦게 도착한 허준은 시험을 못보지만 도지는 시험에 합격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승 유의태는 아들에게 실망하고 크게 꾸짖는다. 감염증으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진을 보며 허준 이야기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의료진만이 아니라 이들을 응원해주고, 돼지저금통까지 깨서 성금을 내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그나마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사기(士气)"라는 단어는 "몸과 마음이 기운으로 충만하여, 굽힐 줄 모르는 씩씩한 기세"를 뜻한다.
감염증이 지나면 사람들의 사기는 한층 올라갈 것이다. 다만, 전제는 만 백성의 의지와 지도층의 선도적 노력이 어디 한군데 막힘없이 상하좌우, 동서남북으로 잘 소통되면 말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기가 막히지 않고 전신에 흐를 때 우리 몸은 최상의 건강상태가 된다.
기는 쉽게 말해 우리가 매일 느끼는 기분이다. 기가 온몸에 고르게 퍼져 흐르면 기분이 좋을 것이요, 기가 뭉치고 막혀서 잘 흐르지 못하면 기분이 나쁜 것이다. 한마디로 "기"란, "우리 몸을 살리는 생체 에너지"다.
동의보감에는 "통즉불통이요, 불통즉통(通即不痛, 不通即痛)"이라고 표현돼 있다. 즉 우리가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게 잘 살아간다는 것은 온몸에 기가 충만하게 잘 순환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아프다는 것은 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폐의 중요성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기의 순환을 주관하는 장부가 폐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추상적인 것으로, 혹은 비과학적 개념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그들이 신봉하는 과학의 궁극에 가면 "하나"가 두곳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서양과학도 동양철학에 주목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과 진리가 더 많다.